레이디 버드 ( Lady Bird )
감독/각본: 그레타 가윅
제작: 스콧 루딘, 엘라이 부시, 이블린 오닐
제작 총 지휘 : 리라 야콥
음악: 존 브라이온
촬영: 샘 레비
출연 : 시어샤 로난, 롤리 메트 커프, 트레이시 레츠, 루카스 헤지스, 티모시 샤라메
아침 드라마와 같은 수수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
아주 심플하며, 친숙하고, 보편적인 주제를 솔직하게 그린 영화였다. 17세 소녀가 졸업과 진학을 향해 바쁜 1년간, 그녀는 잔소리를 쏟아내는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
엄마에게 반항하고 싶고, 싫어서 엄마가 지어준 크리스틴이라는 이름마저도 싫어진 그녀는 스스로 지은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녀의 엄마는 근처의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지만, 그녀는 지루한 시골마을에는 이제 지쳐서 동해안에, 뉴욕에 가고 싶어 한다.
영화는 소녀의 고등학교 생활 1년을 경쾌한 템포로 따라가면서 엄마와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간다. 레이디 버드와 엄마 마리온의,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그려나가는 것이 인상적이다.
모녀가 둘이서 대학 견학을 갈 때, 엄마가 운전하는 차 안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분노의 포도」가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사이좋게 잘 지내고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엄마의 잔소리가 견디기 힘든 구속으로 느껴져 화가 난 레이디 버드는 달리고 있는 차의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딸은 엄마에게 격렬하게 반항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지만, 엄마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 또한, 그녀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랄 뿐이지만, 딸은 그러한 엄마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의 일상이 녹아 있는 아침 드라마와 같은 너무나도 친숙한 그림이다. 미국 특유의 문화와 사회가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지만, 엄마와 딸의 정서적인 느낌은 한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진다.
누구나 비슷한 십대의 모습
레이디 버드는 동부의 대학에 가고 싶지만 성적은 그에 미치질 못하고, 스스로는 나름대로 고민도 많지만, 그냥 그런 평화로 돕고 느슨한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다. 굉장히 드라마틱한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뭔가 하나를 진지하게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미래의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냥 현재 상황이 불만스럽지만, 또 딱히 하고 싶은 없다. 그냥 여유롭고 달콤한 일상을 보낼 뿐이다. 레이디 버드는 고향마을이 지루하다고 말하며 떠나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뉴욕에 가서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또 없다.
그저 떠들어 대며, 자신은 특별하다는 근거가 없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다. 부풀어 오르고 있는 자의식과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괴리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아마도 십대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세상의 누구나가 10대를 거쳐오며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레이디 버드를 보면서 이러한 경험은 미국도 한국도 또 여자도 남자라는 것도 관계가 없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그레타 가윅 감독은 자신을 투영해서 자학적인 유머와 동시에 마음껏 애정을 담아 그런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렸다.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 매우 보편적인 부분을 영화 속에서 그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이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회를 바라보는 중립적인 시선
레이디 버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가톨릭 고등학교로 진로지도는 수녀이고, 뮤지컬 고문은 신부이다. 예배와 종교와 관련된 강의도 여러 번 영화 속에서 보인다.
레이디 버드는 현대에 태어난 세대 이기 때문에 종교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친숙한 것이 종교이기에, 막상 불안해졌을 때는 찾는 것이 교회이기도 하다.
이 부분도 꽤 일반적인 느낌이 든다. 종교 대해 좋고 나쁘고 가 아니라, 그저 생활 속에 '존재' 하는 것으로서의 양면을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소도 등장하지만 그 각각에 대해 그러한 중립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판정하지 않고,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직 편향적인 가치관에 물들지 않은 레이디 버드 사고방식이고, 이러한 모습은 젊음의 특성이기도 한 듯하다.
엄마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데도, 항상 쪼들리는 집의 경제 상황, 아빠의 실업, 우울감, 입양인 미구엘과 셰리에 대한 차별, 테러와 전쟁에 대한 걱정 (2002년이라는 시대 설정 때문에 이다).
다양한 상황이 17세 소녀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것은 좋든 나쁘든 하나하나 그녀와 세계의 접점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레이디 버드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엄마의 마음에 대한 감정이입
레이디 버드라는 인물을 통해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곱씹으면서 봐 가는 영화이지만, 시간이 흘러 영화의 후반부 쪽으로 가면서 어른인 그녀의 부모 쪽에 감정이 이입되어 버린다.
레이디 버드의 엄마 마리온은 과거에 임신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입양을 선택했고, 그 후에 레이디 버드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었다.
늦게 생긴 한 딸인 레이디 버드는 아마도 엄마 마리온에게 있어서는 바꿀 수 없는 귀여운 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딸에 게 더욱 엄격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고, 모두 애정 때문인 것이다.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에게는 그러한 것들이 잘 전해지지만, 영화 속에 있는 레이디 버드 혼자만 이것을 알지 못한다. 마리온이 레이디 버드가 동부로 가서 다른 지역 대학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그녀를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 수 있다.
어른이 된 아이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부모라면 누구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통과 의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괴로움, 외로움, 슬픔이 엄습해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마음을 딸 레이디 버드는 모른다. 그러한 마음이 전혀 전해지지도 않는다.
레이디 버드는 엄마와 떨어져서 뉴욕에서의 삶을 시작하고, 자유롭게 혼자가 되고 나서야 자신이 엄마 마리온과 헤어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처음으로, 이별의 괴로움이나 슬픔을 깨닫게 된다. 꿈도 하고 싶은 것도 가지지 않고, 단지 집을 떠나는 것만을 목표로 해온 그녀는, 결국 방향을 잃고 만다.
영화는 끝까지 긍정적이지만, 젊은이를 단지 감싸 안기만 하지 않고, 어려움도 잘 그려내고 있는 좋은 영화가 아니었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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